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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가볼만한곳 추천 여행 코스 당일치기 뚜벅이 실내 총정리새 창 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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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단단한산양93
댓글 0건 조회 124회 작성일 26-09-1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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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도서리뷰책 목차/정보PROLOGUE - 군산, 땅 위의 섬​1부 맛 여행- 계절의 안부: 명궁칼국수+영화건강원 버드나무- 흐려졌다가 뚜렷해지는 경계: 카페 틈- 커피 도돌이표 논커피 달세뇨: 디저트카페 군산과자조합- 소월, 아니 소현고택: 양식당 소현고택- 바보야, 거긴 에스프레소 맛집이야!: 카페 옴브라 에스프레소- 단팥빵과 야채빵: 제과점 이성당+영국빵집- 타인의 연애: 레스토랑 파라디소 페르두또- 토스트 말고 라자냐: 양식당 스테이블- 내 마음이 나초를 부를 때: 멕시코음식점 치코- 오직, 커피: 카페 회현커피- 첫: 중식당 용궁반점- 호(好)-떡: 중동호떡- 비 내리는 군산항 수제맥주 속 일렁이는 거품 너머로: 수제맥주&블루스 페스티벌​2부 멋 여행- 어떤 아름다움은 우리 눈을 가리고: 옛 군산세관 본관- 그레이 스케일: 옛 일본 제18은행(현 군산 근대미술관)- 역사라는 파도, 박물관이라는 배: 근대역사박물관- Time to Chill: 골목시장 영화타운- 돌아서 돌아오다: 젤라또 노베오+재즈클럽 머디- 이상하고 아름다운 자람: 제로웨이스트샵 자주적관람- 목욕탕 품은 미술관 산책: 카페 겸 갤러리 이당미술관- 이 문은 문이 아니라: 동국사+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 아름다운 공존: 월명공원+월명호수-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그런 것들: 팔마예술공간 예깊미술관- 낭만 합격: 은파유원지+카페 커피벨트- 파도에 뜬 별: 비응 마파지길- 거대 오리의 습격: 금강습지생태공원+금강미래체험관- 임피역에서 만나: 임피역사- 유현과 만식: 임피향교 일대​3부 책 여행- 봄을 읽고 여름을 쓰다. 그리고…: 도서문화공간 조용한흥분색- 자꾸 그리워지는 풍경: 책방 마리서사- 체험, 덕질의 현장: 책방 그래픽숍- 쓰담 쓰담 쓰담 다담 해볼까요: 심리서점 쓰담- 우연한 만남: 월명공원+무인헌책방 고요서재- 마음과 마음: 책방 한길문고- 사라져가는 것들: 문구점 겸 동네책방 예스트서점- 기찻길 옆 서점살이: 리루서점+경암동 철길마을- 분명한, 연결: 군산회관(구 군산시민회관)+군산북페어- 초월하는 글쓰기: 군산초단편문학상​4부 영감을 찾아서- 그래도 인생은 흐른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 속으로): 백년광장일대+째보선창+장미칼국수+해돋이공원- 여름날의 괴담을 좋아하세요? (조예은의 소설 『적산가옥의 유령』 속으로): 구 히로쓰가옥(현 신흥동 일본식가옥)- 시간과 사건과 해석의 3차원 공간좌표 (불친의 만화 『해망굴 도깨비』 속으로): 히로쓰가옥+말랭이마을+해망굴- 팽 할머니 문안록 (황석영의 소설 『할매』 속으로): 하제마을 팽나무- 인연은 괴로운 것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 속으로): 백년광장 일대 +뜬다리부두+구암동산+월명공원- 공간으로 연결되는 기억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속으로): 월명동 일대+초원사진관- 슬픈 드라마 (영화 「타짜」 속으로): 히로쓰가옥+중식당 국제반점- 길고 긴 삶의 일부분 (영화 「화려한 휴가」 속으로): 구 조선식량영단 군산출장소+6ㆍ10항쟁- 일상적 불안과 모순이 살아 숨 쉬는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속으로): 월명동 일대- 아, 수라! (영화 「수라」 속으로): 수라갯벌​EPILOGUE - 시절인연, 우연히 당신과 마주치길발행 : 2026.05.15.쪽수 : 272쪽크기 : 128*188*20mm책 읽은 후 『언제라도 군산』은 제목부터 괜히 마음이 갔다. 그런데 사실 나는 군산이라는 도시를 잘 몰랐다.어디에 어떤 분위기의 도시인지 막연했고, 여행지로는 왠지 오래된 느낌의 도시라는 이미지 정도만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군산에 가면 짬뽕을 먹는다는 이야기나, 야채빵으로 유명한 오래된 빵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은 있었지만 그것으로 군산의 느낌을 알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군산은 내게 궁금한 도시이면서 흐릿한 도시였다.그런데 『언제라도 군산』을 읽다 보니 그 흐릿했던 도시가 조금씩 선명해지기 시작했다.단순히 관광지 정보를 알려주는 여행서가 아니라, 군산을 오래 좋아해온 사람이 자신이 아끼는 공간과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 보여주는 느낌에 가까웠다.유명한 장소보다 골목의 공기, 오래된 나무 한 그루, 자주 가는 책방과 카페 같은 것들이 더 오래 남는 책이었다.​책의 초반에 나오는 군산이라는 이름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저자는 건축을 배우던 시절 친하게 지내던 중국인 교환학생과 군산 앞바다에 갔던 기억을 떠올린다.산간 지방에서 자란 그에게 군산 앞바다는 첫 바다였고, 그는 “바다가 이렇게 금방이구나!” 하고 감탄했다고 한다. 그런데 동시에 ‘군산’이 무리 군, 뫼 산을 쓴다는 사실을 신기해한다.지금의 군산은 산보다 바다와 평야의 이미지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알고 보니 원래 군산은 선유도, 신시도, 무녀도 같은 섬들을 묶어 부르던 이름이었다고 한다.섬들이 산처럼 무리 지어 있다는 뜻이라는 설명을 읽고 나니 도시 이름조차 다르게 보였다.여행지는 원래 이런 식으로 가까워지는 건가 싶었다.​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건 저자가 군산을 바라보는 속도였다.요즘 여행 콘텐츠를 보다 보면 어디를 꼭 가야 하고, 무엇을 먹어야 하고, 사진은 어디서 찍어야 하는지가 중요할 때가 많다. 그런데 『언제라도 군산』은 그런 방식과 조금 다르다.오히려 천천히 걷고, 우연히 멈추고, 마음에 드는 공간에 오래 머무는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명궁칼국수와 영화건강원 앞 버드나무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저자는 칼국수를 먹고 나오다 가지치기된 나무 한 그루를 발견한다.처음에는 무슨 나무인지 몰랐지만 바로 검색하지 않고 계절을 기다린다.3월에는 웅크린 듯하던 나무가 4월에는 조금씩 잎을 내고, 5월이 되어서야 버드나무라는 걸 알아차린다. 이후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고, 가을이 지나면 다시 가지치기를 당한다.읽으면서 괜히 마음이 차분해졌다. 여행이라는 게 꼭 거창한 경험이 아니라, 어떤 나무 한 그루의 계절을 기억하게 되는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카페 ‘틈’ 이야기도 좋았다.영화타운 근처에 있지만 입구를 찾기 어렵고, 여름이면 담쟁이덩굴이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겨울이면 붉은 벽돌이 드러나는 공간이었다.원래 곡물창고였던 건물을 그대로 살렸다는 점도 군산이라는 도시와 잘 어울렸다.저자는 그곳에서 밤라테를 마시며 친구와 떠났던 공주 여행을 떠올린다.장소 하나가 다른 장소의 기억을 불러오는 흐름이 참 자연스러웠다.실제 여행도 군산출장샵 그렇다. 어떤 카페 하나가 오래전 계절을 떠올리게 하고, 어떤 음료 하나가 사람을 기억하게 만든다.​군산과자조합 이야기를 읽을 때는 괜히 나도 그곳에 앉아 밀크티를 마시고 싶어졌다.군산은 짬뽕이나 빵 정도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 책 속에는 이런 감각적인 디저트카페들도 등장한다. 1939년 제과·제빵사들이 함께 세웠던 군산과자조합의 역사를 바탕으로 다시 태어난 공간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밀크티와 계란찜과자, 비엔나커피와 바스크치즈케이크를 앞에 두고 일을 미루는 장면은 이상하게 현실적이라 웃음이 났다. 특히 밀크티 향을 맡으며 짙은 보랏빛을 떠올리는 부분은 이 책 특유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맛을 단순히 맛있다고 설명하는 게 아니라 향과 색, 감정과 기억으로 연결해 표현한다는 점이 좋았다.​영화타운 이야기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처음에는 영화동이 영화와 관련된 이름인 줄 알았는데,책에서는 ‘영화’가 movie가 아니라 ‘길 영’, ‘화할 화’라는 뜻이라고 설명한다.오래 화목하자는 의미라니 이름부터 정감이 갔다. 그 안에는 40~5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오래된 가게들과 새로 생긴 바와 와인 공간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바 ‘해무’와 와인 공간 ‘시가지’ 이야기를 읽다 보면 군산의 밤공기가 상상된다. 특히 해무가 만석이라 우연히 들어간 시가지에서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좋았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좋은 공간을 만나게 되는 순간이 있다.여행에서 그런 우연이 가장 오래 남는 것 같다.​‘돌아서 돌아오다’에 나오는 젤라또 노베오와 재즈클럽 머디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친구와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젤라또집, 그 뒤편에 숨어 있던 재즈클럽, 해방 직후 미군클럽이었다가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장소다.군산은 한 공간 안에 여러 시간이 겹쳐 있는 도시처럼 느껴졌다.오래된 목조건물 안에서 젤라또를 먹고, 재즈 공연 이야기를 하고, 놓쳐버린 봄의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들이 참 군산답게 느껴졌다.​무엇보다 내가 가장 가보고 싶어졌던 건 군산의 책방들이었다.원래 여행을 가면 작은 책방부터 찾아가는 편인데, 『언제라도 군산』에는 내가 좋아할 만한 공간들이 정말 많이 나왔다. 그래픽숍, 심리서점 쓰담, 책방 조용한흥분색 같은 이름만 봐도 괜히 궁금해졌다.특히 쓰담 이야기는 오래 마음에 남았다.저자는 그곳에서 생일책을 주문하고, 논알콜 맥주를 마시고, 책 두세 권을 사 들고 나온다.강아지 직원 키코 이야기까지 더해지니 단순한 서점이라기보다 마음이 잠깐 쉬어가는 공간처럼 느껴졌다.​“내가 아무것도 아니어도 괜찮다고 하는 책들이 많다”는 문장이 특히 좋았다.여행지에서 이런 공간을 만날 수 있다는 건 꽤 큰 위로일 것 같다.나도 군산에 가게 된다면 유명한 관광지를 빠르게 돌기보다, 책방 하나에 오래 앉아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장을 천천히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사고, 커피나 논알콜 맥주를 마시면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싶어졌다.​『언제라도 군산』은 군산을 소개하는 책이면서 동시에 여행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책처럼 느껴진다.어디를 얼마나 많이 가느냐보다 어떤 속도로 걷고, 무엇을 오래 바라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골목을 천천히 걷고, 오래된 가게에 들어가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나무 한 그루를 기억하고, 우연히 발견한 책방에 머무는 여행. 그런 여행을 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아직 군산에 가본 적은 없지만 책을 읽고 나니 이상하게 익숙한 도시처럼 느껴졌다.바다가 있고, 오래된 건물이 있고, 책방이 있고, 누군가의 취향과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도시 같은 느낌이다. 오래되었지만 계속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날 도시인 것 같다.그래서 제목처럼 정말 언제라도 떠나고 싶은 곳으로 군산이라는 도시를 마음에 새겨넣어 본다.본문 발췌PROLOGUE군산, 땅 위의 섬건축을 배우던 시절, 가깝게 지내던 중국인 교환학생이 있었습니다. 그가 고국에 돌아가지 않는 방학이면 가고 싶은 곳이나 하고 싶은 일을 물었습니다. 한결같이 여름이면 바다가 보고 싶다고, 겨울이면 긴장을 해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대륙의 산간 지방에서 나고 자랐다는 그의 첫 바다는 여름의 군산 앞바다였습니다. 군산에서 한 시간 남짓 걸려 간 군산 내항에 서서, 멀리 푸르게 일렁이는 바다를 보며 그가 한 말은 “바다가 이렇게 금방이구나!” 하는 감탄, 그리고 “군산은 무리 군(群) 자에 뫼 산(山) 자를 쓰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라는 중얼거림이었습니다.​벌써 이십여 년 전 일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이 책 『언제라도 군산』을 쓰며 불쑥 생각났습니다. 우리는 졸업 후 어느 틈엔가 더 이상 연락을 주고받지 않게 되어, 이제 군산 지명의 유래를 알게 되었어도 그에게 설명할 길이 없군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라도 털어놓아 볼까요?​‘군산’은 산이 무리 지어 있다는 뜻입니다.​땅 자체를 보자면 별로 그렇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익산과 인접한 높이 230미터 망해산이 최고봉일 만큼 큰 산이 거의 없고, 오히려 탁 트인 평야가 강과 바다에 접해 있으니 말입니다.사실 조선 초기까지 군산은 임피, 옥구, 군산으로 구분된 행정구역이었습니다. 그중 군산은 내륙이 아니라 선유도, 신시도, 무녀도 등 10여 개의 유인도와 횡경도, 소횡경도, 보농도 등 40여 개의 무인도를 한데 묶어 부르던 이름입니다. 조선 태조 때 군산도의 중심인 선유도에 설치했던 수군부대를 세종 때 옥구 진포로 옮기며 내륙을 점차 군산이라 부르게 되었고, 기존의 군산도를 고군산이라 불러 구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군산은 섬이 산처럼 무리 지어 있다는 뜻인데, 군산 땅에는 산이라 할 만한 장소가 없군요. 이렇게 제가 볼멘소리를 하면, 이제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그는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장소를 골라 산으로 섬으로 여기자고요.​이 글을 읽는 여러분 모두가 ‘그’라는 마음으로 우리만의 산이나 섬이 될 만한 장소를 골랐습니다. 어떤 날에는 풍경에 홀려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¹⁾ 하고 파우스트를 흉내 내며 산을 세우고, 또 어떤 날에는 몇 년 사이 변해버린 멋을 슬퍼하며 허물어야만 했습니다. 말하고 보니 글을 짓는 일은 지도를 그리는 일 같기도 하군요. ‘호그와트 비밀지도(Marauder’s Map²)‘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제 우정 어린 지도를 당신께 드립니다. 모래성을 쌓고 부수는 어린아이처럼 군산출장샵 부디 마음껏 사용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민음사, 1999), 2권 364쪽2. J. K. 롤링의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마법지도.1부 맛 여행보라색 봉투를 집어 들더니 “이건 파나마 게이샤인데 향이 정말 좋아요”라고 배시시 웃었다.좋아하는 것을 함께하고 싶다는 말이 일종의 초대장처럼 느껴졌다.커피를 음미하고, 후각이나 미각을 언어로 구현해 되돌려주고 싶어졌다.글 못지않게 관계도 실력보다 성의 문제일 때가 많다는 사실을 안다.​계절의 안부: 명궁칼국수 + 영화건강원 버드나무p16-18 계절마다 한 나무의 안부를 떠올린다. 골목시장 ‘영화타운’ 근처에는 40년 전통 ‘명궁칼국수’가 있다. 메뉴는 칼국수, 떡국, 떡칼국수뿐이고, 그날 준비한 면이 소진되면 1시든 2시든 장사를 접는다. 그러니 영업 중이라면 얼른 들어가서 먹는 게 이득이다. 멸치와 바지락이 들어간 해물육수에 김과 계란을 풀어 끓인 국물이 고소하고 개운하다. 전주 베테랑칼국수, 군산 장미칼국수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다르다. 들깻가루를 넣는 베테랑칼국수보다 좀 더 담백하고, 여섯 종류의 멸치를 사용해 육수를 우린다는 장미칼국수보다 좀 더 소박하다. 아, 늘 이렇다. 명궁칼국수를 먹으면 장미칼국수가 생각나고, 장미칼국수를 먹으면 베테랑칼국수가 생각나고, 베테랑칼국수를 먹으면 다시 명궁칼국수가 생각난다. 버뮤다 칼국수 지대이다. 추운 겨울, 명궁칼국수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가게 왼쪽 사거리에 강전정³⁾된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저게 지금 나무여, 거대 참깨스틱이여” 하고 중얼거리며 슬렁슬렁 걸어 다가갔다. 이전에도 명궁칼국수를 종종 드나들었으니 처음 보는 풍경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문득 이게 무슨 나무일까 궁금해졌다. 이미 수십 수백 번을 보았지만, 감흥 없던 보통 일이 낯설고 흥미로워지는 순간이 있다. 몇 시간 동안 붙잡고 있던 수학 문제를 아무 도움 없이 풀어낸 때처럼, 며칠 동안 뭐라고 해야 할지 고민하던 영어 문장을 마음에 꼭 들게 번역해 낸 때처럼 머릿속에 안개가 걷히고 눈앞에 내리던 비가 그치는 기분을 느끼는. 이런 감각은 극히 드물다. 가능한 한 오래 음미하고 싶어진다. 그러니 주변에 물어보거나 인터넷에 검색해 보는 대신 기다려보기로 했다. 3월, 너무 일렀나 보다. 나무는 여전히 의기소침하게 웅크리고 있었다. 4월, 가느다란 가지를 뻗고 푸른 잎을 슬쩍 내보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어떤 나무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제야 내가 알고 있는 나무가 몇 종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열심히 기다리고도 몰라보면 어쩌나. 다음번에는 푸른 잎이 풍성해져 존재감을 드러낼 텐데, 보는 즉시 알아차리고 싶었다. 단박에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그래서 『나무 도감』을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마침내 5월, 나무는 오랜만에 보는 남의 집 아이처럼 훌쩍 자라 있었다. 저 멀리서 따뜻한 봄바람에 맞춰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며 “너, 버드나무였구나!” 하고 외쳤다. 6-7월, 버드나무 가지는 완연한 포물선을 이루며 평상 위로 그늘을 드리우기 시작했다. 8월, 영화건강원 간판에 간신히 닿던 키가 건물을 훌쩍 넘고, 평상 밖으로 그늘이 넘쳤다. ‘무럭무럭’이라는 단어를 실감하게 하는 성장이었다. 11월, 벌써 가을이 가셨나 싶게 쌀쌀한 바람이 불자 나무는 다시 강전정을 당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네가 버드나무라는 사실도, 봄과 여름 동안 무럭무럭 자라 잎을 틔우고 그늘을 드리우리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또 만나자.​ㅡ3) 나무의 크기, 건강, 성장을 위해 가지의 상당 부분을 제거하는 가지치기 방식.흐려졌다가 뚜렷해지는 경계: 카페 틈p20-23 영화동 영화타운 근처에 카페 ‘틈’이 있다. 작정하고 찾아가도 세 번 중 한 번은 입구를 찾는 데 애를 먹는다. 입구를 안내하는 파란 표지판에 ‘틈’이 아니라 ‘트ᄆ’이라 적혀있기 때문인지, 철제 가림벽이 카페 입구라기보다 공사장 입구스럽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무사히 표지판 속 화살표를 따라 틈을 지나면 자갈이 깔린 너른 대지를 만날 수 있다. 여름이라면 일견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질푸른 담쟁이덩굴을 마주할 것이다. 어서 오라는 듯 살랑살랑 손짓하는 이파리를 따라 걷다 보면, 짜잔- 풍성한 덩굴 틈에 숨겨진 푸른 문을 발견할 수 있다. 겨울이라면 잎이 진 담쟁이덩굴 사이로 고스란히 노출된 갈색 벽돌과 가로로 긴 창문을 볼 것이다. 바싹 마른 덩굴은 그물 같고, 벽돌 건물은 붉은 고래 같다. 그물에 걸린 붉은 고래의 입은 여전히 푸르고, 속은 넓고 정갈하다. 이 카페 건물은 원래 곡물창고였다. 넓게 트인 기존 평면을 분할하지 않고 그대로 살렸다. 덕분에 문을 열고 들어서면 널찍한 공간과 넉넉한 층고에 한 번, 여유로운 탁자 배치와 고풍스런 분위기에 또 한 번 반하고 만다. 여름에는 차가운 아메리카노에 밤 치즈케이크 한 조각을, 겨울에는 밤라테를 주문한다. 밤라테를 마실 때면 친구 다빈을 떠올린다. 그와 함께한 공주 여행을 떠올린다. 그건 우리의 첫 여행이었다. 다른 사람과 함께 떠났던 여행이 좋았던 적이 별로 없다. 멀게는 수학여행이 그랬다. 성향도 취향도 전혀 다른, 그저 우연히 한 반으로 묶였을 뿐인 낯선 사람들과 종일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끔찍한데, 어른들은 자꾸 이러라고 다그치고 저러라고 화를 냈다. 스무 살에 일본으로 중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볼 때까지 내가 여행을 싫어하는 줄만 알았다. 그래서 홀로 떠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과 떠나는 여행이 불안했다. 여행이 끝난 후 다빈과도 사이가 소원해질까 봐 무서웠다. 다행히 우리는 먹고 마시는 취향이, 걷고 머무는 속도가 비슷했다. 공주는 밤이 특산물이다. 밤, 밤빵, 밤라테, 밤 캐릭터, 밤 모양 종이등갓 등으로 가득한 도시를 ‘밤(에 미)친 도시’라고 부르며 여러 날 즐거웠다. 밤라테를 홀짝거리며 공주 여행을 떠올리는 사이 컵 바닥이 보인다. 읽으려던 루이즈 글릭의 시집 『야생 붓꽃』(시공사)은 손도 못 댄 상태이다. 뭘 더 마실까, 빈 갠 거리를 좀 걸을까 고민하지만, 앉아있는 일은 산책을 이겨본 일이 별로 없다. 자리를 정리하며 다음번에 다빈과 와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카페를 나온 후에야 이번에도 야외정원을 둘러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 그것도 다음에 다빈과 함께 해야겠다.커피 도돌이표 논커피 달세뇨: 디저트카페 군산과자조합​ 1939년, 군산과자조합이 설립되었다. 군산출장샵 1945년 광복 이후 군산과자조합 건물은 인수에 인수를 거듭하며 헌병대 처소, 동인화학, 양반다방 등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다 문득 누구의 것도 아닌 채 무엇도 하지 않고 낡아가는 건물이 되었다. 마침내 2018년, 디저트카페 ‘군산과자조합’이 들어섰다. 1939년 9명의 제과·제빵사가 함께 세웠던 군산과자조합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평일 느지막한 오전, 카페에 들어선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붐비는 군산과자조합이 드물게 한가한 시간이다. 프리랜서는 결코 프리하지 않지만, 업무시간을 밀고 당길 수는 있다. 그러므로 밀크티가 당길 때는 군산과자조합에, 복숭아타르트가 당길 때는 익산 르물랑에 다녀오는 일이 가능하다. 물론 책과 랩탑을 넣은 백팩을 멘 상태라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무천도사 같은 모양이지만. 첫 주문은 늘 밀크티와 에그타르트, 아니 계란찜과자이다. 군산과자조합에서는 에그타르트를 계란찜과자라고 부른다. 좀 세련되지 못한가 싶지만 부르다 보면 귀엽다. 주문을 하고 가방을 내려놓고 의자에 널브러지듯 앉는다. 목조트러스 구조를 그대로 노출한 천장,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난 흰 기둥, 우물패턴으로 짜인 마룻바닥. 그리고 실내를 채우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디저트, 주변을 찬찬히 살피다 진동벨 소리에 공처럼 튀어 오른다. 밀크티와 계란찜과자를 받으며 메뉴판도 하나 챙긴다. 자리에 앉아 쟁반을 내려놓고 가져온 메뉴판을 정독하기 시작한다. 군산과자조합의 역사를 그린 8컷 만화부터 대표메뉴 소개, 커피 블렌딩 안내, 커피와 논커피 메뉴까지. 이미 여러 번 살핀 터라 거의 외울지경이었지만, 어떻게든 일을 미뤄보려는 몸부림이다. 밀크티 뚜껑을 연다. 은은하고 깊은 꽃향기가 엄습한다. 얼그레이와 베르가못 향일 것이다. 군산과자조합의 밀크티 향을 맡을 때면 나는 늘 보라색, 그것도 창포나 팬지의 짙은 보랏빛을 떠올린다. 입안에 한 모금 넣고 굴려보면 달콤하고 쌉쌀하다. 딱 좋다. 더더욱 일하기가 싫어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탕수육은 찍먹이네 부먹이네 다투는 것처럼, 차를 좋아하는 영국 사람들은 밀크티에 홍차가 먼저냐 우유가 먼저냐 논쟁한다고 한다. ‘농도 조절이 쉽다는 이유로 우유를 나중에 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막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해 홍차를 나중에 넣는 사람도 있다고. 우유를 먼저 넣으면 좀 더 달고 고소한 맛이 나고, 홍차를 먼저 넣으면 좀 더 개운한 맛이 난다. 언젠가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에 자타공인 차(에 미)친놈이 있었다. 그는 밀크티니까 티가 메인이고 밀크가 서브라며 홍차에 우유를 넣어야 한다고 했는데… 맛있으면 장땡 아닌가?이 아름다운 추억까지 떠올리고 말았다면 더 이상 일을 미룰 수 없다.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두 번째 주문을 한다. 여름이라면 차가운 아메리카이고, 겨울이라면 따뜻한 비엔나커피이다. 디저트는 바스크치즈케이크가 좋다. 비엔나커피는 쫀쫀한 휘핑크림을 얹은 아메리카노이다. 정식 명칭은 ‘아인슈페너‘로, ’한 마리 말이 끄는 마차‘라는 뜻이다. 옛날 오스트리아 빈의 마부들은 말을 몰며 커피를 마셨기 때문에 흔들리는 마차 위에서 잔을 들고 있다가 쏟는 일이 빈번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커피를 휘핑크림으로 덮었다고 한다. 빈에서 유래했다는 이유로 유럽 외 지역에서는 비엔나커피라고도 불린다. 지금은 여름이지만 비엔나커피와 바스크치즈케이크를 주문해본다. 휘핑크림을 헤쳐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머금고 랩탑을 켠다. 치즈케이크의 한 꼭짓점을 망가뜨려 입안에 넣고 혀끝으로 으깨며 문서파일을 연다. 커피 한 모금, 치즈케이크 한 덩어리를 번갈아 입에 넣으면 흰 화면 위에 검은 글자를 썼다 지웠다 반복한다. 온전히 집중하는 순간이 오면, 커피와 치즈케이크는 그냥 그대로 식어간다. 화면이 검게 물든다. 집중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입을 앙다문 얼굴을 마주하고 화들짝 놀란다. 구입한 지 십여년이 훌쩍 넘은 랩탑은 충전기 없이 딱 두 시간만 버틴다는 사실을 또 잊었다. 작업을 하고 싶어도 더 잘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하고 홀가분하기도 하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핀다. 카페는 비어 있다.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들어올 때 발견하지 못했던 포스터를 한 장 발견한다. 무심히 살피다 ‘책방 조용한흥분색이 고른 이 계절의 책’이라고 쓰인 구절에 시선이 머무른다. 예기치 못한 순간에 만나는 아는 이름의 일종의 타임머신이다. 포스터 아래에서 이풀잎의책 ‘북쪽호텔’과 ‘물고기 장미‘가 놓여있다. ’북쪽호텔’을 열고 들어가 책장을 책임감 없이 넘긴다. 세탁소, 담배 가게를 지나 ‘ 골드베르크를 듣는 밤’에 이른다. 나와는 다른 아니 내가 시도할 수 있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글쓰기, ’나는 그저 나만으로 존재하는 걸 견딜 수 없으므로, 나는 완전히 비뚤어진 자이므로‘ 이 책이 필요하다. 책 두 권과 함께 따뜻한 우롱차 한 잔을 결제하고 다시 자리에 앉는다.2부 멋 여행박물관은 책과 영화만큼이나 매혹적이다. 셋 다 내가 살 수 없는 시간.경험할 수 없는 사건, 만날 리 없는 사람과 접점을 만들어준다. 내가 나이기에 알 수 없는 세상을 열어준다. 그래서 나는 책과 영화를 보지 않는 사람. 박물관이 지루하다 하는 사람들이 말을 믿지 않는다.​p96-100Time to Chill: 골목시장 영화타운​ 가게와 가게 사이, 『해리 포터』 시리즈 속 킹스크로스역 9와 3/4 승강장을 떠올리게 하는 골목이 있다. 군산 영화동의 ‘영화타운’이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촬영된 ‘초원사진관’과 『타짜』에 등장하는 ‘구 히로쓰가옥(현 신흥동 일본식 가옥)’과 멀지 않아 영화와 관련된 지명인가 싶을 수 있지만, 아니다. 영화동의 ‘영화’는 영화(映畫, movie)도 영화(榮華, glory)도 아니다. ‘길 영(永)’ 자에 ‘화할 화(和)’ 자다. 오래 화목하자는 이름 덕분일까. 영화타운 안에는 안젤라분식, 영화통닭 등 40-50년이 훌쩍 넘도록 자리를 지킨 오래된 가게와 스페인 레스토랑 돈키호테, 미국음식점 럭키마케트 등 4-5년 전 문을 연 가게가 혼재한다. 밥집과 술집이 촘촘히 들어선 십(十)자 골목에서 내가 단연 좋아하는 곳은 바(bar) ‘해무’였다. 한여름 늦은 오후 상큼한 진피즈 한 모금에 하루의 피로를 날려버리는 칵테일바의 면모도, 한겨울 이른 밤 달콤 쌉쌀한 와일드터키 한 모금에 몸이 덥혀지는 위스키바의 면모도 좋다. 홀로 술을 홀짝거리며 바 위로 흐르는 록 밴드 군산출장샵 웨이브투어스(wave to earth)의 노래 위에 소란한 생각을 음표처럼 올려두는 일도, 아주 친밀한 누군가와 일행을 이루어 작은 목소리로 가만가만히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좋다. 10명 남짓 앉으면 꽉 차버리는 조그마한 공간까지도 참 좋다. 가끔, 아니 꽤 자주 내 자리가 없다는 걸 빼면. 그날도 그랬다. 문을 연 지 얼마 안 되었을 시간인데도 해무는 이미 만석이었고, 차례를 기다리는 줄까지 길게 늘어져 있었다.오랜만인데…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볼까 싶은 마음 반, 자리에 앉아도 바깥에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느긋하게 마시지 못하고 한두 잔 만에 나오고 말지 않을까 싶은 마음 반이었다. 그때, 해무와 어슷하게 마주 보고 있는 가게에 켜진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 골목을 들어오며 책, 와인, 그리고 드럼세탁기가 같은 공간에 놓인 걸 보고 대체 여긴 뭐하는 곳인가 궁금해하며 한참 서성거렸던. 결국 줄에서 이탈해 목적지를 재설정했다. 입구 오른쪽, 블랙보드 위에 흰 마카로 큼직하게 ‘市街地(시가지)’라고, 그 아래 ‘동네안내 + 빨래방 + 매번 바뀌는 흔치 않은 잔 와인’라고 적혀있었다. 보드를 꽉 채운 글자들 중 나를 끌어당긴 것은 바로 ‘반잔 5,000원, 한 잔 9,000원, 테이스팅 코스 14,000원’이라는 ‘오늘의 와인’이었다. 가게 안은 비어 있었다. ‘그래, 오늘은 해무 대신 시가지다!’를 (속으로) 외치며 들어섰다. 가장 안쪽에 앉아 그날의 와인 석 잔을 모두 마실 때까지 손님은 없었다. 덕분에 천천히 와인을 마시며 찬찬히 공간을 둘러볼 수 있었다. 열대과일 향이 산뜻한 화이트와인으로 시작해 나무 향이 묵직한 레드와인으로 마무리되었던 ‘오늘의 와인’의 테이스팅 코스는 물론 너무 밝지 않은 노르스름한 조명과 붉은 라왕으로 짠 탁자와 책장, 책장을 채운 군산에 관한 책들과 가장 안쪽 자리에 앉아야만 볼 수 있는 패브릭 포스터에 적힌 ‘TIME TO CHILL(느긋해질 시간)’까지 모두 좋았다. 특히 주인장이 빈 잔을 다시 채워주며 들려주는 이야기가 좋았다. 함께 있을 때, 이 사람이 일 정말 좋아하는구나 싶게 신나 하는 반짝반짝한 얼굴은 늘 매력적이니까.​돌아서 돌아오다: 젤라또 노베오 + 재즈클럽 머디p101-106 영화동 ‘거북이식당’에서 수제비와 토마토가 들어간 닭볶음탕을 먹으며 동욱을 떠올리고, 골목시장 영화타운을 가로질러 스페인음식점 ‘돈키호테’를 지날 때면 진영 언니를 떠올린다. 그리고, 감각적인 건축·영화서적이 즐비한 책방 ‘그래픽숍’에 갈 때면 다빈을 떠올렸다. 군산에 혼자 올 때면 누군가를 생각하며 ‘그 사람 이거 참 좋아할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둘이 올 날을 호시탐탐 노리다 마침내 함께하는 날이면 도리어 그들이 내 눈과 귀를 열어 몰랐던 사실을 깨닫게 한다. 오늘처럼. 그래픽숍으로 가는 길에 명궁칼국수가 있다. 이미 영업을 마친 가게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괜히 잠긴 문을 덜컹덜컹 흔들어 보는데, 다빈이 “우리 젤라또 먹을까요?” 하고 묻는다. “젤라또요? 이렇게 갑자기요?” 하고 등을 돌리자, 눈앞에 젤라또집이 있었다. 명궁칼국수를, 그래픽숍을 몇 번이나 드나들었으면서도 여기 젤라또집이 있다는 사실은 또 처음 알았다. 오래된 일본식 목조건물 앞, 잿빛 콘크리트와 적갈색 타일로 마감한 입구를 지나자 서너 사람만으로 가득 차버릴 아담한 공간이 나왔다.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매끈한 스테인리스 용기 안에서 내가 고른 녹차 젤라또와 수박 소르베를 퍼 담으며 안쪽에 공간이 있으니 먹고 가도 된다고 알려주었다. 혼자 지나기엔 넉넉하지만 두 사람이 지나기엔 좁은, 누군가 마주 온다면 게걸음으로 비껴가야 할 너비의 복도를 따라 걷자 작은 정원을 마주하고 있는 방이 나왔다. 그제야 이 건물이 중정을 둔 ㅁ자 형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갈밭 한쪽 구석에 단풍나무 한 그루를 심은 손바닥만 한 정원이었다. 내가 교토 료안지를 떠올리는 동안, 다빈은 로마 스페인 광장 근처에서 먹었던 젤라또를 이야기했다. 로마에 머무는 동안 매일 먹은 건 물론, 일행과 떨어져 혼자 젤라또 원정을 떠났을 정도로 좋아한다는 일화를 듣는 동안 료안지는 흐려졌다. 신기한 일이었다. 알고 지낸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다빈이 젤라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게 되다니. 또 이상한 일이었다. 나도 로마를 여행했다. 젤라또도 먹었다. 스페인 광장을 가로지르며 비눗방울 사이로 탱고를 추는 댄서를 보았고, 스페인 계단을 오르며 영화 『로마의 휴일』을 떠올렸다. 사진을 찾지 않아도 이렇게 기억이 선명한데, 젤라또 맛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아니, 꼭 로마에서가 아니어도 지금까지 먹어온 젤라또가 몇 스쿱인데 이렇게 아무런 인상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있나. “어쩔 수 없지, 지금이 인생 첫 젤라또를 먹는 순간이라고 여기는 수밖에” 하고 중얼거리며 한 숟가락 떠 입에 넣었다. 보통은 대화를 하느라 젤라또가 녹아내리는 것도 몰랐다고 하는데, 다빈이 이야기를 마치기도 전에 모두 해치우곤 벌써 아쉬워졌다. 하지만 넘쳐서 질리는 것보다 조금 모자라서 아쉬운 게 좋다. 그래야 또 다음을 기억할 수 있으니까.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뒤를 돌아봤다. 고즈넉한 목조 건축물에 어울리지 않는 철판으로 된 벽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벽이 아니라 양문형 폴딩도어(folding door)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가운데가 반 뼘쯤 열려있다. 틈 너머로 서너 개씩 겹쳐 쌓은 의자가, 콘크리트 블록으로 쌓은 벽이, 그리고 그 벽에 매끈한 네온사인으로 쓴 ‘재즈클럽 머디(JAZZ CLUB MUDDY)’가 보였다. 젤라또 가게 뒤에 재즈클럽이라니 신기하다고 생각하고는 곧 잊어버렸다. 그런데 몇 달 뒤 친구 크리스티나 덕분에 그곳이 해방 직후 미군클럽이었다는 사실을,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Project Re\Turning Gunsan)’이라는 이름으로 바, 재즈클럽, 레스토랑 등이 입점하여 함께 공연과 전시를 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크리스티나는 머디에서 본 공연을 ‘달아오르고, 끓어오르며, 그러다가 터져버리는 재즈!’라고 묘사했는데, 며칠이 지난 뒤에도 그 표현이 머릿속에 박혀 잊히지 않았다. 가지고 있는 재즈음반을 몽땅 꺼내어 쌓아두고 한 장 한 장 들으며, 머디를 검색했다. 언제 문을 열었는지, 어떤 공연들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러다 불과 일 년 전 재즈뮤지션 ‘말로 밴드’의 군산출장샵 공연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탄식했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전에, 말로의 ‘벚꽃 지다’가 있었다. ‘벚꽃 지다’는 하모니카 선율로 귀를 열고, 느긋한 보사노바 리듬을 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꽃잎 날리네 햇살 속으로 한세상 지네 슬픔 날리네”라고 속삭이며 바람에 벚꽃이 지는 풍경을 눈앞에 펼친다. 재즈와 블루스가 좋아진 건 다 말로 덕분이다. 그런데 서울도 아닌, 엎어지면 코 땅을 거리인 군산에서 하는 말로의 공연을 놓치다니…. 작년 5월에 뭐가 그리 바빴나 싶어 일지를 들춰보았다. 글수업을 두 개 진행하는 동시에 비평수업을 들으며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고 글 한 편을 써내느라 먹고 자는 시간까지 아끼던 시기였다. 바빴네. 군산이 아니라 전주였어도 갈까 말까, 가도 되나 2박 3일 고민했겠네. 이미 지난 일이니 그런 가정 따위 쓸데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쉬운 마음에 ‘머디’, ‘말로’, ‘머디 말로’를 검색했다. 그러다 바로 지난주 재즈클럽 ‘머디’에서 있었던 말로의 공연을 녹음한 『MALO LIVE AT MUDDY』가 발매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소리 질렀다. 일단 앨범을 주문하고, 수록곡을 확인했다. 낯선 영문자 맨 아래에 ‘벚꽃 지다’가 있었다. 내가 작년에 놓친 봄이 아직 거기 있었다. 내년 5월 말에는 머디에서 공연을 봐야겠다. 어떤 장르든 어떤 가수든 가리지 않고, 말로가 재즈의 세계를 열어준 것처럼 또 다른 누군가가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테니까.3부 책 여행100여 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낸 적산가옥의 목재 구조물, 돌바닥. 그 사이사이를 온통 채운 책, 책, 책들. 일부러 손님이 많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돌아가 섰다 쭈그려 앉기를 여러 번 반복하면 구석구석 살핀다. 그림책, 독립 출판물, 철학과 예술, 마침내 근대문학, 서가 앞을 오래오래 서성인다. 이 책을, 아니 이 책도 사야지 하고 집어 들다 저 책을 보는 순간 속으로 소리를 지른다. 어떤 것을 내려놓고 내 책장으로 데려가야 할지 모르겠다.쓰담 쓰담 쓰담 다담 해볼까요: 심리서점 쓰담p174-178 더 이상 나의 쓸모나 삶의 의미를 생각지 않는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유튜브 ‘사고실험’에서 말한 것처럼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지내려고 한다. 사는 일이 괴롭거나 허무해서는 아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고 특정한 목적을 향해서 가려고 해도 얼마든지 또 다른 쪽에서 표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 그렇다. 인생, 오늘 저녁 메뉴가 김치찌개일지 된장찌개일지조차도 마음대로 안 될 때가 많으니, 일희일비하지 말고 할 일이나 하자 싶다. 그걸 아는 일과 받아들이는 일이 달라서 오래 힘들었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고,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숨을 제대로 쉬어야 한다는 걸 몰랐고, 잠을 잘 자고 싶다고 생각지 못했다. 스스로를 미워하고 괴롭혔다. 나를 과대평가해주기를 기대하면서도 ‘언젠가 들통이 나서 망신당하지 않을까’ 내심 전전긍긍했다. 그때 ‘쓰담’을 만났다. 주택과 상점이 옹기종기 모인 월명동 어느 골목, 2층짜리 일본식 목조가옥을 단장한 서점이다. 여름에는 입구 오른쪽에 심긴 흰 떡갈잎수국꽃을 보고 단번에 찾을 수 있지만, 다른 계절이라면 그 옆에 놓인 입간판을 지나쳐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거기 떡하니 있는 서점을 어떻게 그냥 못 보고 지나쳐버릴 수 있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길치이고 길치는 그럴 수도 있는 존재이다. 처음 방문한 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안으로 들어서 창살 사이로 일렁이는 초록을 보았다. 늦봄의 정경에 홀리듯 다가서자 왼쪽에는 표지가 보이게 진열된 책들이, 오른쪽에는 빼곡한 수백 개의 갈색 종이상자가 있었다. ‘생일책’이었다. 작가와 생일이 같거나, 책의 출판일이 같거나, 책 속 기념일 등 날짜를 특정해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였다. 생일이 얼마 남지 않은 동옥을 위해 한 권, 나를 위해 한 권을 주문했다. 내 생일책은 오구니 시로의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웅진지식하우스)이었는데 아주 재미있었다. 덕분에 쓰담이 고른 365일의 책 모두가 궁금해졌다. 요즘은 논알콜 맥주 클라우스탈러를 마시고 책 두세 권을 사 들고 나온다. 오늘은 히구치 유코의 『세상에서 가장 멋진 책방』(북뱅크)과 아키타 미치오의 『기분의 디자인』(웅진지식하우스)을 샀다. 작업실에 돌아와선 읽지 않은 책의 무덤에 던져두곤 까맣게 잊어버렸다가 문득 떠올리곤 발굴해 먼지를 털고 읽기 시작하겠지. 그리고 두 번째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다시 쓰담에 올 것이다. 고민 끝에 논알콜 맥주를 마시고 책 두어 권을 살 것이다. 쓰담이 갈수록 편안해진다. 변한 건 나일까 이곳일까. 책값을 치르고 그만 나오려는데, 강아지 직원 키코가 나를 올려다본다. 4살 수컷 진도믹스견으로 산에서 구조했다고 한다. 가만히 쪼그리고 앉자 가까이 다가와 킁킁거린다. 가볍게 주먹을 쥐고 코 아래에서 냄새를 맡게 한다. 인간 직원(?)이 키코는 사람을 무서워해서 사람에게 이렇게 가까이 오는 건 드문 일이라며 우리를 응원한다. 한참 만에 키코가 다가오는 줄 알고 손을 뻗자 팔 아래로 쏠랑 지나 카운터 뒤로 사라진다. 그게 최대치의 용기였던 모양이다. 무언가 더 해보려는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잘하고 싶다, 키코처럼. 아무것도 아닌 내 손을 잡아 함께하자고 말해준 이들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다. 쓰담에 가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어도 괜찮다고 하는 책들이 많다. 가끔은 그런 확인이 필요하다.[Yes24 도서 구매하기▼][교보문고 도서 구매하기▼]언제라도 군산 | 푸른향기의 감성 여행 에세이 시리즈 『언제라도 여행』은 일상에 지친 이들을 위한 작은 쉼표이자, 나만의 속도로 도시를 바라보는 여행자의 기록이다. 언제라도, 우리의 여행은 시작된다. 낯선 골목에서 ……3ha.in'푸른향기 서포터즈13기'활동을 통해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언제라도군산 #권진희 #푸른향기 #언제라도여행 #군산여행 #군산책 #국내여행에세이 #여행에세이 #군산가볼만한곳 #군산카페 #군산맛집 #군산책방 #군산근대역사 #군산근대문화유산 #초원사진관 #이성당 #동국사 #월명공원 #은파유원지 #비응마파지길 #군산북페어 #탁류 #8월의크리스마스 #도서리뷰 #책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기록 #도서리뷰_하놀 #하놀​#하놀 인스타 @hagonolza#푸른향기출판사 인스타 @prun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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